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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언어 발달 늦은 아이, 언제 병원 가야 할까?

by hi-ddeoan 2025. 5. 1.

1. 말이 늦는 아이, 모든 경우가 발달 지연은 아니다.

아이가 또래보다 말을 늦게 시작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불안해진다. ‘다른 애들은 벌써 엄마, 아빠 다 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조용하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실제로 언어 발달은 아이마다 속도 차이가 큰 영역 중 하나다. 늦게 시작했더라도 정상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잡는 경우도 많으므로, 말이 늦다고 무조건 발달 지연이나 질환으로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 일반적으로 생후 12개월이 넘으면 아이는 간단한 단어를 말하려 시도하고, 생후 18개월경에는 약 10개 이상의 단어를 표현할 수 있으며, 만 2세가 되면 2~3단어 문장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다. 이 기준은 평균값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일부 아이들은 이보다 늦게 말을 시작해도 정상 범위에 포함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말하지 않는다’라는 사실 하나보다, 아이의 언어이해 능력, 사회적 반응,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을 못하더라도 부모가 하는 말에 반응하고, 손짓, 표정, 눈 맞춤을 통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면 언어 표현만 늦은 ‘말 없는 유형의 아이’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이 늦더라도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이 조화롭고, 반응성과 교감이 살아 있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지켜보아도 좋다. 반면, 언어 외의 다른 발달도 함께 늦어지거나 사회적 반응이 부족하다면 조기에 평가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언어 발달 늦은 아이, 언제 병원 가야 할까?

2. 언어 발달 지연의 징후는? 월령별로 점검해 보자

아이의 언어 발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월령별로 일반적인 발달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다음은 소아 언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참고하는 나이별 점검 사항이다.

 

생후 6개월 전후

  • 옹알이를 거의 하지 않음
  • 부모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리거나 반응이 없음
  • 소리 자극에 대한 놀람 반사도 약함

생후 9~12개월

  • “엄마”, “빠빠” 같은 의미 있는 단어가 나오지 않음
  • 제스처나 손짓 없이 반응하지 않은 편
  • 간단한 이름(예: 엄마, 공)에도 시선을 두지 않음

생후 18개월

  • 단어 수 10개 이하
  • 또래에 비해 명확한 발화가 적음
  • “이거 줘”, “안 돼” 같은 짧은 말 이해도 부족

만 2세

  • 두 단어 조합 표현이 거의 없음 (예: “물 줘”, “엄마 안아”)
  • 요구나 감정을 말보다 몸짓으로만 표현
  •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의지가 낮고, 사회적 반응이 적음

만 3세

  • 발음이 매우 부정확하거나, 또래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
  • 일상 상황에 맞는 단어 선택이 어려움
  • 이야기나 질문에 거의 응답하지 않음

이러한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언어 발달 지연 가능성을 고려해 전문가와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언어 표현뿐만 아니라 언어 이해력과 사회적 반응이 함께 떨어지는 경우, 단순 지연이 아닌 언어장애나 자폐 스펙트럼의 초기 징후일 수 있으므로 조기 평가가 필요하다.

 

3. 병원은 언제 가야 할까? 조기 개입이 중요한 이유

많은 부모가 ‘조금 더 기다려보자’라는 마음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언어 발달 지연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특정 시점을 지나면 조기 개입의 효과가 줄어드는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생후 0~3세는 뇌 발달의 유연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며, 언어 자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적기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기다리지 말고, 즉시 병원 또는 언어치료 클리닉에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 12개월이 넘도록 의미 있는 단어가 전혀 없다.
  • 18개월에도 단어 수가 10개 미만이고, 반복 옹알이 수준에 머물러있다.
  •  24개월에도 2단어 문장을 거의 쓰지 않으며, 질문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 말은 해도 의사소통 의지가 거의 없고, 또래와 소통하려는 시도가 없다.
  • 말보다 행동이나 울음으로만 요구를 표현한다.
  • 부모와 눈 맞춤이 부족하고, 감정 교류 반응이 거의 없다.

 

이러한 징후가 보인다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발달 전문 병원에서 발달 선별검사(K-DST)을 받아보는 것이 1차 대응이다. 이후 필요에 따라 언어치료사와의 면담, 청력검사, 발달 평가, 놀이 관찰 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언어 발달 지연 아동 중 상당수가 청력 문제, 반복적 중이염, 또는 인지 발달 지연과 연관된 경우도 많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개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 부모가 할 수 있는 것들: 기다림과 관찰, 그리고 자극

언어 발달이 늦다고 느껴졌을 때, 부모는 막연한 불안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조기 개입과 함께 가정에서도 해줄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 핵심은 ‘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흥미를 느끼고, 사용해 보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천 가능한 방법 예시:

  • 자주 말을 걸고, 간단한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 대화
  • 아이가 바라보는 사물에 대해 이름을 붙여주기 (“이건 사과야”, “이건 강아지야”)
  • 아이의 옹알이나 표현에 바로 반응해 주기 (“응, 너도 먹고 싶구나”)
  • 질문보다 설명 중심으로 말하기 (“어디 갔지?”보단 “강아지가 숨었어”)
  • 반복적인 그림책 읽기와 손짓·표정 활용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비교하지 않고 아이의 리듬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아이는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하지만, 부모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시점에 전문가와 소통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아이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찰과 정서적 교감을 놓치지 말자.